Hanyang University Division of Interanational Studies 한양대학교 국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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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 한양대 뉴스H 국제학부 조현식 학생 기사
작성자 : 관리자(admin@hanynag.ac.kr)   작성일 : 2017-04-06   조회수 : 235  

편지 한 통에 담긴 고민, 위로를 건넵니다

삼청동에 ‘온기우편함’ 설치한 조현식 씨

 

“소중한 고민을 보내주시면, 느린 손걸음으로 편지를 답장해드립니다.” 서울시 종로구 감고당길에 위치한 ‘온기우편함’은 익명의 편지를 받는 우편함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영감을 얻어 조현식(국제학부 4) 씨가 설치한 것이다. 마음 속 깊이 꼬깃꼬깃 접어둔 고민을 편지에 담아 우편함에 넣으면 답장을 받을 수 있다. 설치된지 한 달여만에 벌써 수백통의 고민이 온기우편함을 거쳤다.   온기잡화점에서 당신의 고민 들어드려요 온기우편함은 조현식 씨 외 60여명의 점원이 꾸려나가는 ‘온기잡화점’에서 운영한다. 고민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편지를 보낼 수 있다. 단,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고 익명으로 보내는 것이 원칙. 답장을 할 땐 모두를 ‘온기님’이라 칭한다. 손으로 직접 쓴 편지를 보내는 것도 것도 특징이다. 불편하고 느리다는 이유로 요즘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지만 ‘느림’에서 가치를 찾았다. “느리니까, 편지를 쓰면서 그 안에 더 많은 진심을 담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고 가는 편지 속에 온기를 가득 담고 싶다는 것이 조 씨의 바람이다. 고즈넉한 분위기로 조 씨가 평소 즐겨 찾던 삼청동 돌담길에 지난 2월 마지막날 설치된 온기우편함. 첫 주부터 길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이 편지를 넣었다. 우편함 옆에 마련된 편지지를 집어 들고 길에 선 채 편지를 쓰고 가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일주일 간 무려 200통에 달하는 편지가 도착했다. “처음엔 50명 정도만 써주셔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편지를 써주실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덕분에 많은 분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어 행복하다”고 그는 말했다.  

 

 

▲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서울시 종로구 감고당길에 위치한 온기우편함 (출처: 조현식 씨)

 

▲ 우편함 주위에 서서 편지지에 저마다의 고민을 적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출처: 조현식 씨)

 

편지로 행복을 전할 수 있다면 지난해 11월 조 씨는 우연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란 소설을 읽었다. 소설에선 과거의 인물이 미래의 인물에게 고민 편지를 쓰고 미래 인물이 답장을 해준다. ‘모르는 사람이 들어주는 고민’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니 '실제로도 이런 우편함이 존재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수많은 관계를 맺고 살아가지만 정작 자신의 고민을 전할 사람은 없는 경우가 많아요. 친한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 하나쯤은 있잖아요. 자신을 모르는 사람에게라면 모든 고민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평소 ‘누군가를 돕는 삶을 살고 싶다’는 조 씨의 가치관도 우편함을 만들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어린 저를 키워주셨던 할머니께서 병을 앓다 돌아가셨어요. 그때 삶이 유한하다는 것에 대해, 또 유한한 삶을 어떻게 가치 있게 보낼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그는 행복하게 지내도 모자란 시간을 경쟁과 질투로 보내는 일이 무의미하다고 느꼈다.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한 번이라도 더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우편함이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고, 나아가 행복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는 곧바로 우편함 제작과 운영에 대한 고민에 돌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우편함 운영에 관심이 있는 10명의 점원을 모집했다. 하지만 설치 이후 생각보다 많은 편지가 도착해 점원을 추가로 모집했다. 기사를 접하곤 점원이 되고 싶다고 먼저 연락이 온 경우도 있었다. 현재는 총 60명의,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점원들과 함께하고 있다. 점원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이 있냐는 물음에 “점원이 되기 위한 특별한 조건은 없다”며 “누군가에게 위로를 전하고픈 그 마음만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 조현식 씨를 지난 3월 30일 정몽구 미래자동차연구센터에서 만나 온기우편함을 설치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저마다의 고민에 공감과 위로를 보낸다 편지는 매주 토요일에 수거한다. 점원은 15명 씩 네 팀으로 나뉘어 일주일에 한 번 이화여대 인근에 위치한 카페에 모여 답장을 쓴다. 수십장의 편지를 함께 읽고 같은 경험이 있거나, 위로를 가장 잘 전할 수 있는 점원이 해당 편지를 맡아 답변을 쓴다. 못생겨서 고민이라는 7살 꼬마의 고민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친구와의 관계도 좋지 않아 슬픔을 감당할 수 없다는 고민까지. 저마다 고민은 달라도 모든 편지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너무 어려운 고민이라면 있다면 상의해 답을 구하며, 평소 독서를 하며 적어둔 다양한 문구를 첨부하기도 한다. 편지를 쓴 이들에게 최선의 답을 주기 위한 노력이다.  조 씨의 평탄하지만은 않은 삶도 많은 이들에게 ‘좋은 답변’을 줄 수 있는 거름이 됐다. 20대 초반, 문득 정해진 대로 사는 삶에 대해 회의감이 든 조 씨는 다양한 경험을 위해 휴학을 했다. 여행, 봉사활동부터 시작해 길거리에서 악세서리,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노점상 운영도 해봤다. “제가 읽은 책에서 장사를 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하더라고요. 하면서 쫓겨나기도 하고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견디다 보니 ‘이제 무엇을 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이런 경험 덕에 조 씨는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편지에 ‘저도 방황을 했지만 하나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 ‘그러니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 말라’는 위로를 전할 수 있었다.